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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한 발짝만 발을 헛디디면 인생이 잘못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길을 가지 않으면 금방 도태되어 버릴 수 있다고도 여긴다. 그래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 틀린 길을 가지 않기 위해 오늘도 꾸역꾸역 힘겹게 살아간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길 원한다. 그리고 세상의 지침대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다가 언젠가 목적지에 다다르면 저절로 행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다. 과연 그렇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
최규석 작가의 <습지생태보고서>에는, 팔이 잘린 사람은 손목이 잘린 사람의 아픔을 모른다는 내용이 있다. 정말 힘들었던 사람이 빗ㅅ하게 힘들었던 다른 사람의 고통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힘든 이야기를 털어 놓으면 종종 "그건 힘든 것도 아니야." 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왜 그런 얘길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말은 "정말 힘들었는데 힘들다 말할 사람도 없었고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 정말 외롭고 억울했다. 지금이라도 위로 받고 싶다."의 뜻임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은 외로운 거였고 인정이 필요한 거였다. 사람이 혼자서 고통을 감당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내버려두면 안 되는 것 같다. 혼자 온전히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애초에 없다.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독해지고 독해지다가 결국 독을 품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걸까? 이 문제에는 고생을 했는지 안했는지 여부보다, 고생을 '어떻게' 이겨냈는지가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 억울함과 외로움 속에서 혼자 몸부림치면 내면의 상처가 쉽게 곪아버린다. 고난은 '함께'일 때 비로소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긍정적 정서는 우리 몸과 마음이 봄을 맞이하게 한다. 사람들은 흔히 행복한 사람들은 인생에 행복한 일이 많아서 행복하고 불행한 사람들은 불행한 일이 많아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연구에 의하면 극단적인 사건들, 예컨데 끊임없는 신체적 고통, 장기실직 등의 사건을 제외하면 삶의 다야한 일들은 그 자체로 우리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겉으로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알고 보면 다른 사람 못지 않게 많은 불운과 가정 문제, 내적 갈등과 싸우고 있을지도 모른 다는 것. 때로 즐거워서 '하하하'웃고, 또 때로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상황을 나름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행복하다.
지속 가능한 삶
재미있는 일이 쉬운 일이다. 드라마나 만화를 보면 종종 이런 장면이 나온다. 몸살감기에 걸려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데도 회사에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며 출근을 하고 결국은 쓰러져서 앰뷸런스에 실려 입원하게 되는 장면 말이다. 이런 장면에서 흔히 주변 사람들은 "당신의 열정에 감사와 박수를!" 같은 태도로 그 사람을 바라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드라마나 만화 같은 가상현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현실세계 사람들은 어렵고 힘들게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삶의 정석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면 휴식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중에는 일이 너무 많아서 못 쉬는 경우도 있지만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실체 없는 압박감에 쫓겨 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열심히 살고 있다'는 느낌을 얻기 위해, 또 열심히 살고 있음을 남에게 보이고 인정받기 위해 습관적으로 과로하고 스스로를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아 넣는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소모를 위한 소모를 하기 쉬운 동물인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항상 무언가에 쫓기며 피로에 절어 있어야만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쉽고 편하게 살면 안되는 걸까?
힘을 빼고 즐겁게 살기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이 자아고갈 현상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싫지 않은 척 억지로 감정 조절을 하는 등 자기 통제를 하느라 에너지 쓸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모자란 에너지를 마인드컨트롤하는 데 쓰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좋아하는 일을 할 때면 싫어하는 일을 할 때에 비해 배터리가 덜 방전되며, 쉽게 지치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은 덜 애써도 된다는 점에서 비교적 쉬운 일이 된다. 예컨대 난이도가 비슷한 일의 경우 그것이 좋아하는 일일때는 배터리 한 개 정도의 에너지를 쓴다고 하면, 그것이 억지로 하는 싫은 일일때는 그 이상을 마음 다스리는 데 써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힘들 수 밖에 없다. 또한 나의 배터리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면, 싫어하는 일을 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시작부터 손해인 셈이다. 싫어하는 일을 할 때에 비해 소모가 덜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삶은 더 지속 가능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에 따르면 삶에서 결과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보이는 사람들은 의지력 자체가 강하거나 늘 애쓰며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에너지를 쓸 일이 적거나 아껴쓸 줄 아는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속한다. 인생은 단기간에 모든 에너지를 다 불태우고 골인 지점에 들어와서 픽 쓰러지면 되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 긴 호흡으로 달려야 하는 장거리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결론
휴식보다 과로가 권장되고 즐거움보다 고통이 구너장되는 사회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 뿐 아니라 힘을 빼고 사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자기 자신답게 사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일인 만큼 아주 조금씩이라도 실천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주말에는 집에서 일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내가 아니면 회삭 잘 안 돌아갈까봐 아파도 꾸역꾸역 나와서 일을 하고 있다면, 아침 일찍 출근 오밤중 퇴근으로 집이 잠만 자는 하숙집이 되어가고 있다면, 꼭 한번 휴식의 의미에 대해 되새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