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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정리하기- 곱씹기의 심리학

jjjoy 2025. 2. 16. 17:20

우리는 휴식이라고 하면 몸이 쉼을 생각한다. 그런데 몸만 쉬면 되는 걸까? 평소 우리는 몸은 누워 있어도 머릿속은 복잡할 때가 많다. 불 끄고 가만히 누워서 잠도 못자고 밤을 꼴딱 새워버리기도 한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을 쉬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마음을 쉬게하는 것, 다시 말해 마음을 비우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간에 말이다. 

 

 

 

생각을 비울 대 행복이 온다

 

 생각이 많아서 괴로웠던 어느 날 항상 즐거워 보이는 친구에게 "너도 삶이 괴로울 때가 있어?" 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친구는 "나 지금은 배불러서 재미있는데? 아, 밥 먹기 전에도 좋아." 라고 답했다. 밥 말고는 없는거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을 이렇게 심플하게 살면 좋을 거 같아 부럽기도 했다.

 실제로 연구에 의하면 잡생각이 많을수록 우리는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자 매트 킬링스워스와 대니얼 길버트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얼마나 하고 있고 그때의 기분이 어떤지를 알아보기 위해 하루에 몇 번씩 실시간으로 "지금 하고 있는 것 외에 다른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그렇다' 는 응답이 올 경우엔 생각의 내용이 좋은 생각인지 나쁜 생각인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생각인지 물었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은 나쁜 생각 또는 딱히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생각을 할 때보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때 더 기분이 좋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좋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보다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때가 살짝 더 행복한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런 연구 결과를 보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머리를 잠시 식히고 단지 지금 하는 일, 지금의 느낌에 충실하게 사는 게 쓸데없는 근심과 걱정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또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멍하니 있는 시간도 행복과 정신건강을 위해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때로는 죄책감 없이 그냥 멍하니 있어보며 행복을 느끼는 것도 좋겠다. 

 

 

자꾸 생각하면 해롭다

 

 좋은 생각도 계속 해서 좋을 게 없다는데 하물며 나쁜 생각은 어떻겠는가? 살다 보면 어제 저녁에 있었던 사소한 말다툼부터 얼마 전회사에서 저지른 실수, 언젠가 누군가의 비웃음을 샀던 일 등 기분 나쁜 일들이 불쑥불쑥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리고 "내가 왜 그랬을까?", "그 사람은 나한테 왜 그런 걸까" 등등을 곱씹어보고 다시금 그때의 좌절감을 느끼며 데굴데굴 구르거나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런 일들은 쉽게 잊히지 않을 뿐더러 그때 느꼈던 수치심이나 좌절감 등의 감정에서 벗어나는 일도 굉장히 힘들다. 하지만 그러한 사건과 감정 때문에 우울감이 찾아오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의 평정심을 찾기 어렵다면, 자신이  지나칠 정도로 부정적인 사건들에 대한 '곱씹기 rumination'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예일대학교의 심리학자 수잔 노렌헉시마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지나치게 되새김질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높은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일 뿐 아니라 자기학대나 알코올 남용, 섭식 장애 등을 보일 가능성도 더 높았다. 지나친 곱씹기는 만성적인 고혈압과도 관련을 보이는 등 건강에도 장기적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사건에 골몰함으로써 문제 해결 방법을 떠올리고 앞으로의 문제를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등의 연구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지나치게 곱씹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문제 해결 방법을 알고 난 후에도 생각을 멈추지 않고 과거의 부정적인 사건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과거의 실수에 함몰되어 있는 동안 정작 중요한 현재의 일에 잘 집중하지 못해 수행이 떨어지기도 한다. 

 

 

마음을 털어놓는 글쓰기

 

때로는 생각을 멈추는 게 좀처럼 쉽게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때 나는 무작정 글을 적어보곤 한다.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생각들을 쭉 적다보면, 이 생각이 어디서부터 시작했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점점 명확해진다. 

 이렇게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진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하고 자문해 볼 수도 있어 그 또한 좋은 것 같다. 예컨대 써놓고 보니 별거 아닌 고민이었음을 알게 되면 겨우 이런 문제였다니 생각하며 하하 웃어버리고 떨쳐버리기도 한다. 만약 애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고민, 예컨데 새로운 직장에 입사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면 "이건 내가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군." 하고 상황을 알아차린 뒤 고민을 끝내버린다. 어느정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보면서 마음을 정리한다.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문제 자체보다도 그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라는 말이 있다. 작은 일이라도 크게 호들갑을 떨며 문제 삼으면 정말 힘들어질 수 있고, 큰 문제일지라도 태연하게 "그럴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면 진짜 아무렇지 않게 돈다는 것이다. 이렇게 문제를 만났을 때 막연한 불안과 염려로 인해 뒤엉키는 복잡한 생각들을 꺼내어 "이게 정말 내가 느끼는 것만큼 심각한 일인가?" 하고 정리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문제에 대해 적절한 태도를 취할 수 있고 초연해지기도 한다. 

 

 

 

결론

 

글을 통해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쓸데없는 생각들을 줄인 결과 뇌에서 메모리 용량이 늘어난 듯한 효과가 나타났다. 이렇게 필요없는 생각을 멈춤으로써 우리는 쓸데없는 소모를 줄이고 진짜 중요한 일들을 훨씬 수월하게 잘해낼 여력을 갖추게 된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수학 등 긴장되는 시험 직전에 두려움을 털어놓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잠시 쓰게 했더니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 향상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효과는 시험에 대한 불안이 큰 학생들일수록 더 크게 나타났다. 간단한 글쓰기 하나로 이런 효과가 나타난다니 '마음을 정리해보는것'의 효과가 크다는 얘기일 것이다. 

 요즘 마음이 잔뜩 엉켜있다면 책상에 앉아 차분히 글을 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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